중원리 passive house - 숨(breath)

60대의 건축주 부부는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면서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하였다.
남편은 약사로서 운영하던 약국을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내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노후에 보낼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두 분 모두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건축주는 오래전부터 전원주택을 지을 땅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생각했던 만큼 좋은 땅을 만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고 우연찮게 양평 중원리에서 머릿속으로 그리던 땅을 만나 토지를 매수하였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분 평소에 생각했던 그런 땅을 만나고 계약까지 마치었는데 기대감이나 들뜬 마음이 아닌 걱정과 우려가 먼저 들었다고 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두려움과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가 막막 했었다고 했다. 땅을 계약하기 오래전부터 건축사무소 또한 여러 군데를 알아보고 있었겠지만 실제로 방문하여 만나고 상담을 받은 사무소는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다. 사실 우리로서도 상담을 하자마자 바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처음이였고 두 분의 선한 인상과 앞으로의 작업 과정이 따뜻할 것 같았기 때문에 우리 또한 의뢰를 받는 것에 대해 주저함이 없었다. 좋은 건축물은 좋은 건축주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겪으면서 만들어갈 작업 대한 기대감은 이미 작업을 반 이상 만들어 놓은 기분이였다.

건축주 두 분은 별을 관측하는 취미를 가지고 계셨고 아마추어천문학회 회원이기도 했다. 인문학적인 감성이 풍부하신 건축주는 자신들이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의견과 요구사항을 한편의 수필을 써내려가 듯이 전해주었다.

건축주께서는 우리 사무소에 문을 두드리기 전에 이전에 작업했던 집들에 대한 소개 글이나 작업과정에 대한 블로그 글들을 통해 우리와 꽤 친숙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대해 건축가가 직접 소개하는 글과 집 이름에 대한 소개가 두 분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았다.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집이 지어질 터에서 이루어 졌다. 나 대지로 비워져 있는 땅의 위치는 주변의 풍광과 입지 조건 등이 기대 이상이였다. 두 분과 땅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 지어질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건축주는 이미 집이 다 지어진 마음인 듯 한 안도감을 보여주셨다.

현장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진뒤 건축주께서 남겨준 글에는 건축주의 마음씨와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래는 건축주께서 남겨준 글의 전문이다,

“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중원리 우리집터에 도착할 때 까지 비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먼저 도착하여 동네 한바퀴 돌고 집터 안쪽으로 들어가니 잎새뒤에 새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탐스러운 산딸기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시 둘러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 두방울 떨어지는 비를 우산으로 받으며 나무 사이를 거니는데 흰색차가 스르르 길가에 멈추더니 선한 분이 내리시네요. 한 눈에 알아봤습니다. 우리 집을 위해 일해주실 분이라는 것을.
곧이어 조한준 건축사님이 도착하셔서 함께 여기저기 살펴보시더니 우리만큼이나 좋아하셨습니다. 집터가 마음에 드신다고. (사실 걱정했었는데, 좋아하시니 정말 정말 기뻤습니다.)
아직 측량을 하지 않아 정확한 경계나 지형 등을 알 수 없지만 어떤 느낌의 집이 될지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작은 이층을 올리고 싶다던 저희들의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하시네요.
용문시내의 부동산으로 가는 동안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계획한들 이렇게 시간을 짤 수 없을거예요. 현장을 둘러보는 도중에 비가 내렸으면 서둘러서 대충 볼 수도 있었는데 제대로 차분하게 볼 수 있었으니 이것도 좋은 징조입니다.
부동산에 도착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저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집짓기가 힘들다고 무척 겁을 많이 주었는데 건축사님이 중개사님과 나누는 이야기에는 모르는 용어가 많았지만 건축에 무지한 저희를 대신하여 우리집을 책임지고 완성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마구마구 생겼습니다.
측량과 관련된 몇가지 사항을 의논하고 저희 먼저 총총히 떠나오며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 식사도 같이 못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길에 운전은 힘들지 않으셨을지….

그토록 원하던 집을 지을 땅을 계약하고 돌아오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았었는데 오늘 돌아오는 길은 행복했습니다. 중원리에 꾸려질 우리의 미래가 조금씩 현실화 되는 것 같아서요. 두번째 만났지만 오래전 부터 알고 지내던 것 같은 친숙한 분위기의 건축사님이랑 팀장님, 자꾸 볼 수록 좋아지는 우리 집터가 두 분에게도 행복한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설계미팅을 거치면서 처음에 계획하셨던 규모보다 집이 자꾸 커졌다. 우리가 해석한 땅의 속성과 대지의 활용 주변 풍광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하다보니 건축주 두분도 점점 그 가치를 살리고 싶었던 것 같았다.

오래전에 아내 분께서 겪었던 병원 생활이 이제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집이 건강하고 쾌적한 집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해주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패스브 주택을 짓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도로를 등지고 배치한 집은 마당 앞으로 펼쳐진 원경을 중정 안으로 끌어들이고 앞마당에 조성된 조경공간을 근경으로 소통하고자 하였다.
도로 건너편에는 공원으로 조성된 숲이 있어 집을 매개로 자연이 앞뒤로 소통하는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패시브 주택의 경우에는 에너지효율을 극대화 하기위해 건물의 외피면적을 최소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소통과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자연환경을 포기 할 수가 없었다.
물리적인 외부환경과의 교감도 건강한 집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 하였기 때문이다.

건축주도 이러한 배치방식이 공사비의 증가를 가져올 것을 눈치를 채셨는지 예산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던 우리에게 좋은 집을 만드는데 필요한 예산은 부담 할 터이니 예산 때문에 설계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천군만마와 같았다.

건축주가 설계과정에서 우리에게 들려준 집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따로따로 함께
모순이 되는 두단어가 같이 있는 우리 집. 우리만의 특징이 있지만 주변과 어우러져야 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지만 위협적이어서는 안돼.
현대적인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한옥의 따듯함을 잊으면 안돼. 막연함으로 시작된 우리집이 이제 모습을 갖추어갑니다. 어제도 미래의 우리공간에서
노닐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공간이 모두 독립적이라는 것입니다. 방3개가 많지만 모두 목적이 있어서 하나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집이 무척 커져버렸습니다. 세개의 공간이 독립될 수 있었던 것은 복도와 전실 덕분입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치스런 공간이 우리 것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마루가 있는 안뜰이 생기다니요. 마루는 제가 끊임없이 주장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따듯한 곳입니다. 크지않은 뒷마루에 오후 햇빛이 비치면 나만의 공에서 행복함이 가득 차오르던 느낌을 잊을 수 없습니다. 따로따로 독립적인 공간이지만 함께 안뜰에 모여 한 가족임을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
다. 인생은 모두 모순을 품고 그것의 조화를 찾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어느덧 중원리 어느 한마을에는 두 분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가꾸며 일상과 취미와 자연과의 소통을 누릴 수 있는 집 한채가 완성이 되었다.
설계과정에서 집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요청에 문득 몇 자 적어 내려가다가 떠오른 집의 이름은 ‘숨’ 이였다.
집 주변의 자연환경, 작은 숲, 집 앞의 중정과 마당, 멀리보이는 산, 중정에 떨어지는 햇빛, 하늘, 별, 솔바람 이러한 단어들을 떠올리다가 결국은 이 모든 환경들을 집으로 들였다가 내쉬는 집, 외부공간을 내부로 들여 내쉬는 ‘숨‘, 그리고 노후의 쉼을 들여 내쉬는 ’숨’ 같은 집이라는 집의 의미를 담았다.

양평 중원리 패시브하우스 ‘숨’ – Breath

Project year : 2020~2021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중원리
주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696.00㎡
건축면적 : 177.39㎡
연 면 적 : 194.22㎡
건 폐 율 : 25.48%(법정 40%)
용 적 율 : 27.91%(법정 100%)
건물규모 : 지상2층
주차대수 : 2 대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건축마감재 : THK180 비드법2종2호 / THK20 고벽돌타일 
내부마감재 : 벽-석고보드위 친환경수성페인트(아우로), 바닥-합판마루,타일 , 천정-석고보드위 친환경수성페인트(아우로)
설계자 : (주)조한준건축사사무소 / 건축가 조한준
시 공 사 : 플래닝뷰
설계기간 : 2020.05 ~ 2020.12
시공기간 : 2021.02 ~ 20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