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 협소주택 조약돌집 (pebble house)

건축주를 처음 만났을 때는 갓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 부부였다. 이 분들이 집을 지으려고 매수한 땅은 서울의 구도심인 정릉동에 위치하였고 단층의 오래된 구옥이 자리하고 있는 작은 땅이였다. 이 땅의 크기가 젊은 부부가 계획하고자 했던 작은 주택을 짓기에는 알맞은 크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도로가 둘로 나뉘어 갈라지는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고 아파트 단지 사이에 둘러 쌓여 있었다.
땅의 모양이 강 가에서 볼 수 있는 둥근 조약돌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고 이웃한 집들이 바짝 붙어 있거나 심지어 집을 지을 땅을 침범하는 부분도 있었다. 경사진 도로에 접하고 있었고 인접한 높은 대지의 경계에는 석축 옹벽이 있었고 담장들은 대지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서울이라는 대 도시속 구도심에 집을 지을만한 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이렇듯 대부분의 공사 여건도 열악하다. 상담시에도 이러한 여건들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과 어려움, 건축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 그리고 작은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당 건축비용에 대한 설명으로 본의 아니게 겁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그렇게 건축주와 첫 만남을 가진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1년전에 매수하였던 집터를 다시 찾아가 보았을때는 귀신이 나올 것 만 같았던 폐가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시간이 꽤 흘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 이후 1년 뒤 우리는 성북동에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를 하였고 기억속에 어렴 풋이 남아 있었던 건축주 부부가 이사한 사무실로 다시 방문 해주셨다.
첫 상담 당시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던 탓 이였는지 개인적인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집을 지을 시기를 놓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고 하였다. 그렇게 1년 이상의 시간의 공백을 두고 우리는 다시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경사스럽게도 이제 곧 엄마 아빠가 될 것이라는 것 이였고 설계하는데 있어 집을 구성하는 공간에 대해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건축주 부부는 첫 인상에서도 느꼈었지만 만남을 더 해갈수록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런 성품과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한 사람들이였다.
설계 과정중 의견을 구함에 있어서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건축주의 당연한 권리일수도 있었겠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보여준 존중과 응원은 언제나 감동이였다.
건축주의 가족은 부부와 곧 태어날 아이 그리고 두 마리의 고양이였고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에게 요구하신 집에 대한 의견은 상당히 구체적이였고 목적성을 분명하였다.
남편은 연극연출을 하면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다양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하기 위한 작업실을 필요로 하였고 아내는 요가강사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집에서도 작은 규모로 요가수업을 진행 할수 있는 공간을 요구하였다.
건축주는 단순하게 1~2층에는 상가 같은 형식의 공간을 구성하고 3층 이상을 자신들만의 주거공간을 만들려고 하였지만 대지의 크기와 물리적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같은 용도의 단독주택으로 전 층을 구성하고 집안 내부에서 작업실 형태로 공간을 구성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땅의 효율을 높혀야만 했기 때문에 별도로 분리된 공간을 층으로 구분하여 짓는 것은 비효율적이였기 때문이였다. 여러번의 초기 계획안을 통해 이 땅의 실체를 마주하고 난 뒤 최적의 대안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우리는 땅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 할 수 있는 주차의 방식과 현관문의 위치와 층을 이동하기 위한 적절한 계단의 위치 그에 따른 내부 공간의 배치 등에 대해 집요한 계획안을 제안할 수 밖에 없었다.
건물의 형태는 땅의 모양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정해진 배치 형태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의 변화에 따라 외부에서 보여지는 건물의 이미지와 형태가 결정 된다.

일반주거지역이라는 대지의 용도는 ‘일조에 의한 건축물의 높이제한’이라는 건축법 조항이 있다. 북쪽에서 이격 해야 하는 거리와 건축물의 높이에 따라 건축물을 북측의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일정한 비율로 후퇴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예외조항이 있는데 북쪽에 인접한 대지의 면적이 최소로 분할 가능 면적(일반주거지역의 경우에는 60제곱미터)보다 작을 경우 일조에 의한 높이제한 적용을 완화 받을 수 있다. 이 땅은 그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쪽의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이격해야 하는 높이의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따라서 일조높이 제한 때문에 흔히 보게 되는 계단식 형태의 외관을 갖지 않을 수가 있었고 높이와 층수는 오롯히 용적률로 인해 결정되는 제약뿐이였다.
우리는 이러한 잇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계단의 길이가 허용하는 한 건축주가 요구하는 층고를 만들 수 가 있었다.
1층에는 아내가 사용할 작은 요가실 공간을 두고 2층 에는 남편이 원했던 가장 높은 천장고의 넓은 작업실을 두었다. 3층부터는 주택으로서의 본격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될 공간들이 시작되고 태어날 아가의 방 뿐만 아니라 손님방까지 갖추어 3개의 침실을 갖춘 집을 구성 할 수 있었다.
집의 맞은편에는 아파트단지의 상가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창을 내는데 있어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창을 내어도 외부에서는 실내가 들여다 보이지 않을만 한 위치와 적절한 창의 크기, 먼곳을 응시할 수 있는 창의 위치등을 찾게 되었고 작은 땅에 집을 지을 경우 누리기 힘든 마당이라는 요소를 다락에 인접한 옥상 테라스가 대체 하게 되었다. 날이 좋은 날 아이 와 함께 세 가족이 소풍하듯 자리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쏟아 지는 하늘아래서 맘 껏 웃어도 방해받지 않을 근사한 마당이 될 것 같다.
이 집의 위치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도심 골목에 위치 하고 있기 때문에 집의 존재감만 큼은 결코 작은 집이 아니다.
주변의 작은 집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벽들이 서로 엉켜 있거나 한집의 모서리는 한집을 찌르는 듯한 모양이 서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싸움을 말리고 싶었고 대지의 형태에 순응하는 매스를 취하지만 이웃집을 향해 찌르는 날카로운 모든 모서리를 없애기로 하였다.
인접한 주변의 집보다는 꽤 높은 건축물이고 존재감 있는 건물이지만 집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외관의 색상도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너무 어둡지도 않은 색감의 타일 마감을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였다. 외벽의 마감은 대부분의 협소한 땅에 집을 지을 경우 벽체의 마감두께를 최소화 하여 실내의 전유공간을 조금이라도 넓게 쓰려고 한다. 그래서 단열재에 스토나 스터코 마감을 많이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 집에 적용한 타일의 마감은 몇밀리미터의 두께를 더 필요로하지만 충분히 적용가능한 두께였고 오염으로부터 유지관리가 수월한 측면에서 유리하기도 하였다.


건축주가 요청한 사항은 아내가 요가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1층의 수업공간과 남편이 사용할 2층의 넓은 작업실 이 2가지였다. 그 외에는 가족구성원을 고려하여 설계자가 자유롭게 제안해주길 바랬다. 고민스러운 것은 작업실 공간들이 전부 저층에 배치하였기 때문에 주거로서의 주 생활공간은 3층부터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3층까지는 각층의 공간으로 가장 짧게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계단을 어디에 배치하여야 하는 것 이였다. 1층에는 주차공간도 필요하고 현관이라는 공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1층이 가장 작은 작은 면적으로 기능을 해결해야 했다. 설계과정은 우리가 여러 가지의 대안을 제안해 가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였다. 당초에는 부족한 공간을 지하층을 두어 해결하고 싶어했지만 이 부분은 건축주의 예산이나 주변의 공사 여건등을 고려하여 장단점을 말씀 드리고 우리의 설득으로 지상층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로 하였다.
60% 라는 건폐율의 건축면적이긴 하나 대지의 형태가 외부공간을 1층에 따로 두기가 곤란하였다. 결국은 다락에서 연결되는 옥상테라스를 통해 부족한 외부공간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서울이라는 도심에서 공사할때는 대부분 기존 건출물을 철거하고 나서야 땅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기존의 구옥이 땅을 전부 깔고 있거나 심지어 도로를 침범한 상태로 집이 지어져 있는 경우도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철거가 온전히 이루어져야 경계측량이 가능해지고 이웃 집이 우리 땅을 넘어왔을 경우에도 철거 이후에서야 정확히 파악 할 수가 있다.
우리 땅도 이웃집의 담장이나 벽체가 침범해 있었고 처마는 더 튀어 나와 있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웃집에 설명해드리고 처마부분이라도 가능한 부분은 철거하고 보수 해주는 걸로 협의하여 집의 배치를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도심속 협소한 땅의 운명 이다.
지반의 상태는 예측한 것과는 달리 암반이 드러나 있어 기초를 앉히기 위한 터파기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결국 건축주 예산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문화재시굴조사에는 암반이라 별 다른게 나오지 않은걸 행운이라고 여겼다. 배치가 조정이 되고 기초공사가 마무리 된 이후부터는 건물벽체의 모서리가 없이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부위는 금속으로 거푸집틀을 짜서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골조의 품질을 높이고자 하였다. 골조의 품질은 외벽마감의 품질과 바로 이어지기 떄문이다.
골조공사시 한 개층이 올라갈 때 마다 계단의 골조도 같이 설치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원형의 계단실벽체에 계단 형틀을 같이 구성하면서 공사할 경우 계단 구성의 오차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산이 되어 벽체가 완성된 이후 벽에 정확히 계단의 단 나누기와 참의 위치등을 표기해가면서 오차를 줄일 수 있었다.
도심속 협소주택이지만 패시브적인 디테일을 반영하기도 하였다. 단열은 외단열공법을 원칙으로 옥상 테라스 바닥의 단열도 슬래브 상부에 설치하여 모든 단열재는 콘크리트 골조의 외측에 설치하였다. 이는 열교가 우려되는 부분을 없애기 위한 조처였고 그외 열회수환기장치를 설치하여 창의 개폐와 상관 없이 실내공기질을 유지 할수 있도록 하였다. 좁고 높은 건축물의 모든층 천장에 환기설비를 하귀 위해서는 환기장치의 위치와 환기덕트의 경로를 설정하는데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집이 지어지기까지 오랜시간 시간이 걸렸고 건축주는 태어난 딸아이와 이집에 입주를 한지 1년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건축주의 바램대로 1층에서 아내분은 요가수업을 진행하면서 20여명의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담한 공간을 정말 기대이상으로 잘 사용하고 있었다.
남편분은 당초에 작업실에 로봇 암을 설치하려고 하였고 높은 천장이나 로봇 암이 설치 될 수 있게끔 장비의 하중을 구조계산에 반영하여 집을 지었으나 공사중에 발생한 변수로 인해 예산이 증가하게 되어 로봇 암의 구매를 미루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2층의 공간은 높은 천장과 가장 넓은 거실공간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지금은 수강생이 자꾸 늘어나는 아내에게 2층의 공간을 내어줘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의 연령대가 젋어지고 있다. 집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단순한 주거의 목적뿐만 아니라 작업, 육아 휴식등 집을 짓는 목적이 더 다양해지고 분명해지고 있다. 집을 방문 하는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건축물과 그 공간을 보고 집 주인의 캐릭터를 가늠할 수 도 있다. 아파트같은 몰가치적인 주거환경은 집이 집주인을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건축설계란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을 파악하고 그들을 닮아 있는 공간과 건축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고민해보고 자아를 성찰하는데 있어서 집짓기는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주는 가족 구성원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었고 자신들만의 삶의 가치와 목적, 자기발전과 자아실현을 하는 데 있어서 분명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독주택 조약돌집 – 협소주택

Project year : 2020~2021

대지위치 : 서울시 성북구 정릉2동
주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76㎡
건축면적 : 45.45㎡
연 면 적 : 157.57㎡
건 폐 율 : 59.80%(법정 60%)
용 적 율 : 191.54%(법정 200%)
건물규모 : 지상4층
주차대수 : 1 대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건축마감재 : THK90 PF보드 / 안센트 료와타일 
설계자 : (주)조한준건축사사무소 / 건축가 조한준
시 공 사 : 제이디건축
설계기간 : 2020.11 ~ 2021.07
시공기간 : 2021.09 ~ 2022.05